
퍼플렉시티 창업자 인터뷰 보고 느낀 점

퍼플렉시티 공동창업자 &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인터뷰 영상. EO 영상은 안 본지 꽤 되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이번 영상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퍼플렉시티를 볼 때마다 2022년 12월 말 즈음 만들었던 리서치 AI 서비스 리서치캣이 생각난다. 그 당시에 ChatGPT를 처음으로 써보고 흥분에 흠뻑 젖어서, 나도 이거 이용해서 뭐라도 만들어 봐야겠다 하고 만든 첫번째 AI 기반 서비스였다. 난 이때 전역을 두 달 정도 앞둔 군인이기도 했다.

리서치캣을 런칭했을 당시 몇몇 투자사에서 미팅 요청이 와서, 휴가를 나와 간단한 덱을 만들고 zoom으로 서비스를 소개해드렸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개선하고 싶다 이런 얘기들을 담아서.
그 중 스트롱벤처스 라는 VC의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꽤 높으신 직급으로 추정되는) 심사역님과의 미팅에서 받은 질문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리포트 생성하는 데에 자체적인 기술이 들어가는 건지 아니면 GPT API만을 사용하는 건지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지금은 GPT API 인풋을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으로만 완성도 높이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웹 문서 크롤링 기능을 추가하고 여러번의 GPT 대화를 뒷단에서 체이닝함으로써 정보 측면의 & 맥락 측면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한다"라고 솔직하게 답변 드렸다. 심사역님은 내심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내가 해외 대학에 다니고 있는지 물어보신 뒤, 투자유치 의향이 있냐 - 라는 모든 VC의 형식적인 마지막 질문으로 미팅이 끝났다.

GPT API만 쓰는, "무늬만 AI 회사인" 스타트업들을 조롱하는 표현 "GPT Wrapper"가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 이 미팅으로부터 못 해도 6개월 뒤였다. 심사역님은 표현만 안 썼다 뿐이지 우리 서비스가 Wrapper냐 아니냐 물어보신 거였다. GPT API가 핫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시점이었는데, API를 잘 쓰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지금은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그때의 시장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미 너무 잘 알고 계신 것처럼 느껴졌다.
그 와중에 내 답변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천운이라도 끌어다 쓴듯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웹 문서 크롤링을 적용해서 할루시네이션을 해결하고 결과물 수준을 높이겠다는 아이디어는 내가 알지도 못했던 퍼플렉시티라는 회사가 거의 똑같은 시기에 구현하고 있었고(의외로 ChatGPT에는 Web Search가 꽤 나중이 되어서야 붙었다), 여러 번의 대화를 자동으로 체이닝해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아이디어는 2024년 중순 즈음부터 핫해졌던 추론(reasoning) 방식 모델과 -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 궤를 같이한다.
말하자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내 눈 앞에 보란듯이 열려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때 고작 수많은 웹 문서 크롤링 데이터를 어떻게 GPT 프롬프트에 녹여낼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해서 금세 다른 아이디어로 넘어갔다. 고작 그 하찮고 사소한 장애물 하나를 넘지 못했다. 샘 알트먼이 묘사한 젊은 창업가들 모습처럼, 나한테는 다른 좋은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이 있었으니까.("You know what, I tried this thing, it's just not meant to be and I have too many other projects")

우리 아버지는 "내가 1990년대 후반에 지금의 유튜브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했었다"라는 말씀을 종종 하시곤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럼 하시지 그랬어요..." 라고 웃으며 받아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내 아버지보다 성공에 가까이 갔었는데도 그걸 알아보지 못했던 거더라.
2022년 12월 리서치캣과 같은 달에 세상에 나왔던 퍼플렉시티의 최근 MAU는 1천만명 수준이라고 하며 얼마 전 1천억원의 후속 투자를 받아 12조원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물론 아라빈드의 말처럼 기업가치 따위는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겠지만서도, 나도 어쩌면 그와 비슷한 임팩트를 세상에 낼 기회가 있었던 것일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이따금씩 손발이 저려온다. 내 눈 앞까지 왔는데 알아보지 못했던 기회들.
그래도 후회가 된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때로 돌아가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 같아서. 애초에 AI를 통한 정보 탐색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었고, 그런 주제를 좋아하게 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퍼플렉시티를 만든 아라빈드의 팀은, 당연히 전문 지식 측면에서는 나와 비교될 만한 사람들도 아니거니와, 인공지능 분야를 정말 사랑하는 연구자들이었다. 여담으로 그들이 박사 과정 중에 깨달은 레퍼런스의 중요성이 퍼플렉시티 초기 제품의 핵심 UX를 만들어냈다)
정말 좋아하는 주제에 몰두해야 한다는 창업 구루들의 말 뜻은 이런 맥락에 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엄청난 기회가 눈 앞에 와도 알아보지도 못할 뿐더러, 알아본다 한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장애물에도 쉽게 나가떨어져버린다. 예컨대 AI 붐이 왔으니 뭐라도 해보겠다면서 랜딩페이지를 찍어내며 디스콰이엇/프로덕트헌트 upvote 수로 아이디어를 결정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보면 2022년 겨울의 내 모습이 겹쳐보인다. 물론 그들 중에서 나보다 훨씬 잘하시는 / 잘하게 되실 분들 많겠지만.
스티브 잡스는 "아직 좋아하는 일을 못 찾았다면 안주하지 말고 계속 찾아라(If you haven't found one, keep looking and don't settle)"고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에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말은 그 유명한 Connecting the dots 담론과도 결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뭐가 어떻게 될지 하나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 언젠가는 좋아하는 일이 찾아질 거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지겠지 - 하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종류의 경험을 맞닥뜨려보는 것.. 일례로 나는 SOPT 임원진을 하면서 이게 내 창업에 도움이 되긴 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때 함께 고생했던 임원진 동료 개발자들(샤라웃 투 익범이 태희 윤한이형!)이 지금 가장 친한 친구들 중 하나이고, 이들을 2년 반 전에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그 간단한 기술적 문제를 쉽게 풀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에 깊은 호기심이 생겼을지도 모르고, 결국엔 이들과 창업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요즈음의 나는 내 본업인 블로그 제품에 대해서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일을 계속 찾고 있다. 이제는 "이게 투자받을 만한 아이디어인가?"가 아니라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이고 헌신할 수 있을 만큼 이 주제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만을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 해답을 내기 위해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경험을 하려고도 노력하고 있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고 있다.
계속 하다보면 내가 사랑하는 일과 시장의 기회, 그리고 내 주변의 환경이라는 3요소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한번쯤은 오겠지. 나와 같은 꿈을 꾸는 모든 사람이 숱한 고민의 시간을 견뎌내고 언젠가는 각자만의 정답을 찾아서 세상에 정말 큰 임팩트를 남기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같이 잘 됩시다.
여담 1 : 리서치캣을 처음 런칭했을 때 예상보다 반응이 좋길래 계속 만들어볼 생각으로 서비스 이름을 멋진 걸로 바꾸려고 했다. 고민하던 도중 Claude Lévi-Strauss라는 사람이 남긴 "현명한 사람은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진다"라는 명언을 알게 됐다. 이 말이 내가 생각하는 리서치캣의 핵심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서 사람 이름을 따 Claude 라는 이름으로 바꾸려 했는데, 검색해보니 미국의 어떤 회사에서 같은 이름의 LLM을 준비하고 있다더라. 그래서 그냥 포기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어떤 회사가 만든 Claude에 매달 22달러씩 결제하고 있다.

여담 2 : 내가 직면했던 기술 문제는 사실 그렇게 간단한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GPT가 받을 수 있는 token 길이가 지금보다 정말 훨씬 짧았기 때문이다(당시 3.5 turbo도 나오기 전이었음). 이렇게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 줄 알았더라면 그때 대충이라도 만들어놓고 모델 발전에 맞춰서 점진적으로 개선했을텐데 - 하는 아쉬움도 조금은 있다. 아무튼 그랬을 만큼 인공지능 분야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했다. 솔직히 이제 좀 무섭다.
아래는 아라빈드 인터뷰 내용 중 인상 깊은 말들 기억하려고 기록. 스크립트는 Lilys ai로 가져왔다.
I worked at OpenAI in 2018 summer as a research intern. I thought I was good. Okay, I did a lot really. Well, in India, I came to Berkeley. I'm like definitely one of the top AI PhD students, and then I went to OpenAI, and I felt like really bad because people were so much better than me. It was a big reality check that, okay, I could improve a lot more in programming, I could improve a lot more in first principles thinking, my clarity of thoughts.
In the book, How Google Works by Eric Schmidt, Larry had written the foreword in it: I had only two career pathways for myself: it was either to be a professor or an entrepreneur. And the reason is that no other career pathway would let me execute on my own vision. I would have to be working on someone else's vision. I wouldn't be able to bring out the ideas I have in my head into reality.
You know what people love? People love being part of journeys, especially like why should people use another product that's being maintained by a single-digit number of people at that time when the alternative is like one that a trillion-dollar company. Provides, which is a lot more reliable, secure, and stuff, because they love being part of a new journey, because this is new, this is exciting, this is constantly improving. They feel like they can influence it in a good way, and so we got a good user community, and that helped us.
But the user doesn't care where it goes wrong in any of these. For the user, they read an answer and they're like, "oh, this is good", or like, "uh, this is not good." Right? So that's why this particular product is super hard to build, and that's why we are so focused on improving every aspect of this. Yeah, the best strategy for startups is to focus on very few things, like literally even one thing, because there's not much time. As a startup, you're supposed to move fast, and as a startup, you have very few shots at failure. You're also supposed to ship high quality things so that the user trusts you, so physically impossible for you to do many things. We're still a small team, around 30 people. When you have fewer people, you can only do fewer things. So. Therefore, you spend a lot of time thinking about what to do, and once you've decided, you just do it.
AI replies to you with the answer, but not just the answer, every sentence that it says also has corresponding reference, or we call it a citation. This is all coming from our academic background, like my co-founder Dennis and I are PhDs, we figured that we would use this principle that everything in a paper that you write in academia, you have to back it up with reference from some other paper, and that's how Perplexity, it's almost like how a Journalist essay is written, or research paper is writ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