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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한다는 착각

우리는 도리어 뭔가를 잃고 있는 것이다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오랜만에 서점으로 향했다.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 골라들고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그 중에 손웅정 씨의 자서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가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초지일관 담백한 삶의 미덕에 대해 강조한다. 비슷한 말들 중에도 유난히 마음을 울린 글귀가 있어 휴대폰에 메모해두었다.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가 무엇을 소유한다'라고.

하지만 그 소유물에 쏟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도리어 뭔가를 자꾸 잃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건 착각이다 - 이 말이 내게는 사물이나 업적보다도 사람 관계에 대한 것처럼 느껴졌다. 최근에 친구 두 명으로부터 들은 말이 문득 떠올랐다.

"너를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문제인 거야. 전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서로 더 집중하고 싶은 걸 위해서 각자 갈 길을 가는 것 뿐인데."

"그렇게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관계를 끊어버리는 방식이 정말 괜찮은 것 같아?"

사람한테 화나고. 사람한테 실망하고. 사람한테 서운해하고 슬퍼하고 상처받고. 돌이켜보니 살면서 사람 관계에서 겪어온 좋지 않은 감정들은, 대부분 그들과의 관계를 내가 소유한다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더라.

지금 친구라고 해서, 동료라고 해서, 애인이라고 해서 내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데. 얼마나 오래 알고 지내든, 결국 내 곁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사람일 뿐인 건데. 하물며 좋은 사람들이라면 잠깐 스쳐지나가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나.

누가 되었든 어떤 관계가 되었든, 각자 인생 살아가는 동안 잠깐 만나며 서로에게 좋은 추억 만들어주면 그걸로 되는 거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 다할 수 있는 거지. 그냥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려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쿨하게. 책의 저자가 말한 대로 담백하게.

옛날에는 눈부시게 화려한 사람들이 좋았는데 이젠 그냥 담백한 사람들이 좋더라 - 라는 동료의 말을 기억한다. 관계를 소유하려는 서투른 마음에 많은 이들과 상처를 주고 받았던 미안한 기억을 머금고, 오늘도 담백하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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