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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BE - ADOR 사태의 경영 구조 상 쟁점

모자회사 간 바람직한 경영 구조에 관한 고민

학교 과제로 정리한 내용인데, 사업을 좋아하는 경영학도라면 한번씩 고민해볼만한 문제라고 생각되어 그 내용을 공유한다.


한국이 낳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HYBE와 그의 자회사 ADOR 간의 경영권 탈취 관련 사태 논란이 연일 화제이다.

지난 2024년 4월 22일, HYBE에서 민희진 대표이사를 포함한 ADOR(HYBE 보유 지분율 80%)의 경영진이 ADOR에 대한 HYBE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는 정황이 확인되었다며 내부 감사권을 발동하였다. 민희진 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탈취를 계획하거나 실행한 사실이 일체 없으며 이는 HYBE 체제에서 자신을 축출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자회견과 입장문 발표가 오고 감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현 시점에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보인다는 경영계 및 법조계의 평가가 있다. 한편 HYBE는 ADOR를 포함한 11개의 레이블을 자회사로 두고 운영하는 이른바 ‘독립 레이블'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이 사건의 실제 쟁점은 다소 복잡하고 애매하다. 이에 본 보고서에서는 HYBE와 ADOR 간의 갈등에서 찾을 수 있는 쟁점을 세 가지로 분류해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모자회사 간의 바람직한 경영 구조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배경지식 : 어떤 일이 있었는가?

HYBE와 민희진의 갈등은 양자 간 주주간계약(이하 ‘SHA’)이 체결된 지난 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체결된 SHA에는 민희진의 경업, 즉 엔터업계 종사를 사실상 영구히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민희진은 ADOR에서 대표이사로 근무하거나 동사의 주식을 한 주라도 갖고 있다면 계약의 경업금지조항의 효력이 발생한다. 민희진의 근속 계약은 26년 11월에 종료되고 보유 중인 ADOR 지분 18%에 대해서도 24년 11월부터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으나, 문제는 풋옵션이 걸려있는 지분은 민희진이 보유한 18% 중 13.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4.5%에서 한 주라도 매각하기 위해서는 HYBE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HYBE 측에서 작정하고 승인해주지 않는 경우 민희진은 평생 엔터업계에서 종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민희진의 입장에서는 노예계약이라고 표현할 만큼 독소조항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민희진은 이 계약 내용이 부당하다고 판단, HYBE 측에 경업금지조항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HYBE는 양도 제한 약정을 풀어줄테니 대신 풋옵션 행사 가능 일시를 뒤로 미루고 의무 재직 기간을 3년 연장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민희진은 이에 풋옵션 행사 가격을 약 2배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HYBE는 이러한 민희진의 요구를 거절하며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 시점부터 민희진은 자신의 측근 경영진들과 함께 HYBE로부터 ADOR의 지분을 되사오는 이른바 경영권 탈취 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의 골자는 25년 초 즈음 풋옵션을 행사하여 ADOR 주가를 떨어뜨림과 동시에 HYBE에 대한 권리침해소송으로 사법 리스크를 만들어 HYBE로 하여금 ADOR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겠다는 데에 있다. 이 계획이 HYBE가 업무 상 배임 요소라고 주장하는 지점이다.

HYBE와 민희진 사이의 갈등은 SHA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HYBE는 ADOR에서 성공한 걸그룹 뉴진스의 콘셉과 브랜딩을 일정 수준 참고하여 (민희진의 말을 빌리자면, 카피하여) 다른 자회사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을 프로듀싱한 것으로 보인다. HYBE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방시혁이 빌리프랩 신인 걸그룹인 아일릿의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였다는 사실이 특징적이다. 민희진은 HYBE가 주도한 뉴진스 카피캣 그룹 개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HYBE 측에서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ADOR는 HYBE 체제 내에서 찬밥 신세였다는 점 또한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르세라핌을 비롯한 타 자회사 소속 아티스트 대비 뉴진스에 대한 대우가 열악했으며, 특히 홍보/PR 관련하여서는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민희진은 HYBE 내 주요 임원의 보수 간 공정성에 대하여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엄청난 실적을 낸 자신의 연봉이 20억원이었는데, 사실상 마이너스 실적만 낸 박지원 HYBE 대표이사에 대한 연봉이 10억원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보상 체계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자기보다 훨씬 못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절반이나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HYBE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하여 2023년 한 해 동안 뉴진스에 대해 작성된 보도자료 개수는 타 자회사 소속 아티스트들 대비 전혀 적은 수준이 아니었고, 민희진의 연봉은 당해연도 실적에 대한 단기 성과급만 20억이었을 뿐 기본급과 장기 인센티브는 별도로 책정되어 있으며 그 자체로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HYBE는 ADOR 경영진에 대한 내부 감사권을 발동하고 이사회에 주총 소집을 요구하였으며, 민희진 대표이사의 사임 요구서를 발송한 뒤 당사자를 업무 상 배임으로 고발한 상황이다.


쟁점 1 : 자회사의 대표이사는 누구를 위하여 일해야 하는가

자회사의 경영진이 누구의 이익을 위하여 일해야 하는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HYBE가 배임이라고 주장한 민희진의 계획은 사실 민희진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자사를 위하는 전략이었을 수 있다. 현재 회사 최대주주의 의사결정이 자사 가치 보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에 따른 투자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기업의 주가(株價) 관련 경영성과는 지배지분율이 높아질수록 저조해지며, 특히 지배주주 지분율이 60% 이상인 경우에는 기업 수익성도 지배지분율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1)가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그 이유를 ‘지배주주가 실질적으로 견제될 수 없기 때문에 경영권이 오·남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서 찾고 있다. 민희진이 지배주주의 경영권 오남용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고자 전략을 세운 것이라면 이것이 배임이 될 이유는 없다.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도 “투자자를 데려와 주식 지분을 늘이려 했다는 주장도 실행 여부를 떠나 왜 배임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평을 남겼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은 오직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를 위하여 일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시스템에서 회사를 위한다는 것은 곧 주주를 위한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최대주주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회사 주요 자산의 가치를 저해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도 되는 것일까?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법 시스템에서 지배주주가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횡포성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지 않은가. 다만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재의 제도적 장치들은 자회사가 비상장사인 경우나 독창성이 중요한 콘텐츠 업계의 문제인 경우에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관점에서 이러한 사각지대를 위한 법률 상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피해를 입혀도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서는 자연스럽게 다음 쟁점으로 이어진다.

* (1)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경영성과간의 관계」, 한국은행, 2006.05


쟁점 2 : 모회사는 '그룹 전체 이익 추구'를 명분으로 자회사에 피해를 입혀도 되는가

HYBE가 ADOR의 뉴진스를 카피하여 새로운 그룹을 만들었다는 입장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읽어보았다. HYBE 측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부분, ‘자회사에서 성공한 상품이 있다면 모회사 입장에서는 그 상품의 특징과 노하우를 학습하여 더 많은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며,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모회사의 임무이기도 하겠다는 의견까지 보았다. 해당 주장의 합리성 여부는 차치하고, 모회사의 이러한 행동은 특정 자회사의 실적에 - 특히 장기적으로는 -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기술 우위나 차별적 브랜딩요소 같은 진입장벽 요소가 학습되는 것이라면 그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예컨대 100점의 실적을 내고 있는 자회사 상품의 특징을 모회사가 벤치마킹하여 다른 자회사에서 신제품으로 론칭한다고 해보자. 신제품의 실적은 70점 밖에 되지 않을 수 있고, 심지어는 기존 자회사 상품의 실적까지 70점으로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 보면 총 실적 140점이 되므로 +40점의 이익을 얻은 것이다. 모회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시장논리에 의한 당연한 행동이지 않느냐는 것이 HYBE를 옹호하는 측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모회사는 그룹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특정 자회사에 피해를 주는 의사결정을 내려도 되는 것일까? 실제로 자회사들 간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시장잠식) 현상은 모회사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경계해야 하는 이슈이다. 2021년 8월 카카오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간의 카니발리제이션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며 주주들의 우려를 일축시키고자 했던 사례가 있다.

차라리 한 기업 내에서 신규 제품군 또는 브랜드를 론칭하여 카니발리제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골치아플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경우 내부 팀끼리의 갈등은 조금씩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 회사의 최종 실적이라는 하나의 지표를 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애플에서는 아이패드 출시로 맥북의 판매량 감소를 우려한 일이 있었지만, 아이패드의 선풍적인 인기는 맥북 부문에서의 손해를 메우고도 남았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애플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로 이어져서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모자회사가 이러한 관계에 놓여있다면, 그리고 특히 자회사 간 카니발리제이션이 모회사 주도로 발생했을 때는 더 이상 기업 내부의 사정이 아니게 된다. ADOR의 경우처럼 100% 지배 자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HYBE와 ADOR는 엄연히 별개의 기업이며, 두 기업은 각자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뉴진스의 브랜드에 손상이 가는 일은 HYBE 입장에서도 전혀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규제와 견제 방안이 없어도 대부분의 경우에 좋은 쪽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겠으나(실제로 멀티 스튜디오 운영 방식이 일반화된 게임업계에서는 모회사 차원에서 자회사 게임 가치잠식을 예방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2) 그들은 자회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경업금지조항 같은 독소계약만으로는 그룹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경험적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종종 좋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만큼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기도 하겠다.

* (2)  “하이브, 게임사에 배워라…‘멀티스튜디오’ 안정화 비결”,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2024.04.29


쟁점 3 : 모회사는 모든 자회사를 100% 동일한 수준으로 대우하고 지원하여야 하는가

멀티 레이블 체제 하에서 ADOR가 찬밥 신세였다는 논란에 대해 HYBE가 나름의 해명을 하기는 했지만, 민희진이 제기한 문제가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모회사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모든 자회사들에 대해 100% 동일한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가?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자회사들 간 그리고 모자회사 간 경영진의 책임 범위와 무게는 모두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본다면 특정 그룹 내 자회사 지원 측면에서 외적 공정성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단, 대표이사 등 임원에 대한 보수는 주총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액수가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주총에서 보수의 한도를 결정한다고 함 (3)) 사실상 모회사에게 자회사 임원 보수에 대한 결정권이 있다. 따라서 모회사에게는 자회사의 임원들이 느낄 외적 공정성을 신경써서 관리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법적인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유능한 경영자라는 가정 아래 공정성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나가게 된다면 손해는 모회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만약 외적 공정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추기 어렵다면, 그것이 문제되지 않을 수 있도록 사전에 가능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

* (3)  “임원의 보수는 어떻게 정하나요?” (https://zuzu.network/resource/guide/how-to-set-directors-pay/)



최용식 아웃스탠딩 대표가 말했듯 이번 HYBE - ADOR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가십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든 제도적으로든 놓치고 있었던 모자회사 간의 바람직한 경영 구조 확립에 대한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어쩌면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 상법 연구의 권위자 송옥렬 교수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지주회사/모회사가 자회사 경영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쳐도 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도적인 차원에서 미비한 상태라고 한다. (4)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 경영 구조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점을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적이고 통합적인 논의가 조속히 개진되어야 하겠다. 해당 논의는 법적/제도적 차원에서의 개선점과 기업 경영 문화 측면에서의 자회사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인식 제고가 모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 (4)  「계열사 경영과 지주회사 이사의 역할 - 모회사 이사의 자회사 경영에 대한 권한과 의무 -」, 송옥렬, 2019.01



2024.04.29

김대덕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psalm12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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